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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당한 40대 직장인(솔직한 내 모습 1)
    카테고리 없음 2024. 8. 23. 13:48

    부제 :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일기를 쓸 때도 누군가 읽을까봐 꽤 멋지게 쓰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어렸을적 거의 대부분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런 태도가 날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정확한 수치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엄청난 마이너스 였다고는 장담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두려움이었다.

    솔직하게 욕심을 내고 진지하게 도전했을때 실패할까봐.

    다른 사람을 의식하느라 내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부가 그랬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그랬고, 내 인생에 그랬다.

    원하는 걸 이루진 못했지만 마음을 다치진 않았다.

    왜?

    난 최선을 다 안했으니까.

    그래서 공부 좀 못하면 어때? 난 공부보단 노는게 좋고, 제대로 공부하면 언제든 너희들보단 잘할 수 있는데

    승진시험? 나 열심히 안해도 합격했어(잘난척) or 늦게 시작하니까 확실히 힘드네(난 열심히 안함, 자기방어)

    마음에 드는 이성과 못만나면 어때? 그런 애들은 다 얼굴값할텐데 그리고 내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귀긴 하지

    친구들한테 축구 인정 덜받으면 어때?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살살 뛰는건데, 열심히하면 너희보단 잘하지

    게임? 그건 져주면서 해야 서로 재밌지. 맘만 먹으면 걍 이김.

     

    이런 생각들이 모여모여 계속 솔직하지 못하게 됐고,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지게 되었다.

    잘 못하거나 지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어릴적부터 본능적으로 내 생각과 감정과 반대로 행동했던 일이 빈번했다.

     

    특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1990년대 어린시절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 아파트 단지에 회사 직원들이 모여살던 시절이었다.

    우리형이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됐을 무렵(나는 6살로 추정)에 단지 내 또래 친구들과 놀던 중 싸움이 일어났다.

    엘리베이터가 없던 5층짜리 아파트 입구에서 소리높여 싸웠다.

    덩치가 컸던 형 친구와 또래에 비해 작았던 형의 싸움.

    형은 매서운 사람이었고 지지 않는 스타일이었지만 나는 무섭고 떨렸다.

    형이 맞을까봐 무서웠던거 같기도 하다.

    그때 갑자기 우리형 상대방의 친동생(나와 동갑)이 와서 우리형에게 고함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도 그들과 한편이 되어 우리형에게 고래고래 고함쳤다.

    강했던 형은 울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내가 상대 친구 편을 들었다고 말하며 속상해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거 보면 나에게도 꽤 충격인 일이었다.

    나는 그때도 두려웠던거 같다. 내가 형 편을 들고 서로 싸웠을때 우리 형제가 질까봐.

    그런 감정이었던거 같다.

     

    참 바보같다.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다.

    순수했던 그 시절 본능적으로 행동한 나의 모습

    그게 나다.

     

    그냥 그렇게 30년 넘게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눈치는 빨라서 무리에서 잘 살아남았고

    적당히 쪽팔리지 않게 적당히 잘 살았기 때문이다.

     

    그 적당함이 현재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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